어느 덧, 은퇴한지 벌써 6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아직은 하는 일이 있고, 수십년간 애지중지하며 혼자 즐겨오던 오디오를 매만지며 소일하는 즐거움과 여유가 있어 홀로 즐거워하고 있지만,
금년 COVID-19로 인하여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진 집사람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미안함과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사람도 은퇴한지 벌써 3년차. 그저 날마다 집안 살림으로 왜 그렇게 바쁜지?
몇몇 단체활동을 하고 있지만 기대한 것 만큼은 아닌 듯 하고,
오래 전부터 틈틈이 글을 쓰고 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내가 보아도 그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글들이 완성되면 가장 고급스럽게 책으로 출판하여 흔적을 남겨보자고 했는데
아마도 글 쓰는 것이 즐거움이 되지 못하고 부담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집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지요
이제 점차 노부부가 되어가는 중인데, 아내는 무엇을 하면 좋을까?
집사람이 정말 좋아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즐거워야 하고, 성취감이 느껴져야 하고, 흔적이 남는 것!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나도 즐기면서 적극 협조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여러 날에 많은 생각을 해보던 차에
우연히 음반들이 보관되어 있는 한쪽 구석에서 함께 보관되어 있던 릴테이프들 중 집사람의 목소리가 담겨있는 테이프를 발견하였습니다.
젊은 시절부터 유독 詩를 사랑하고, 또 읽는 것을 좋아했던 집사람이
결혼 직후에 낭송했던 녹음테잎을 아직까지도 제가 보관하고 있었던겁니다. 그 당시 제가 릴녹음기에 정성스럽게 녹음하고 편집한 것인데,
아! 다시 들어보아도 참 좋더군요. 37년 전 그 당시 그 목소리!
사진으로 남긴 흔적보다는, 소리의 흔적이 훨씬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다가 얻어낸 결론이 시(詩)를 다시 낭송하게 해보면 어떨까였지요.
오늘날과 같은 풍부한 매체들
내 나름 오디오쟁이의 짧은 지식과 감성을 가지고 협조해 주면 나름 괜찮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의견을 말했습니다.
싫지는 않은 듯 해서 상당 기간동안 계획했습니다.
일회성으로 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하며, 결과물들을 한편 한편씩 유튜브에 세월의 흔적으로 쌓아가보자고요.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낭송녹음은
(믹서지, 마이크, 디지털녹음마이크 등입니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재미(?)도 없을 것 같아 아날로그 기기와 디지털 기기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묵혀두었던 믹서기를 꺼내어 닦고, 어딘가 두었던 마이크도 찾아 꺼내고,
디지털 소형녹음기등 가지고 있는 기기로 이런저런 세팅을 거치는 좋은 소리 만들기 연구(?)를 했지요.
가지고 있는 기기로만 만들어보는 오디오쟁이의 즐거움이지요. 딱 내 스타일!
본격적인 작업으로
믹서기 조정을 통해 낭송하는 소리를 아웃출력하여 디지털 녹음기에 녹음하고, 녹음된 파일을 컴퓨터에서 손질하였습니다.
배경음악을 엄선하고, 배경용 동영상은 무료로 제공하는 사이트를 통해 확보해가면서 편집하였습니다.
동영상의 퀄리티는 최대한 높여서 제작하였지요 (Full HD. 1920×1080)
다행히 동영상편집 프로그램은 약간 익혀놓은 부분이 있어서 표현하고자하는 정도는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암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통해 집사람이 좋아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이 있어 좋습니다.
얼마 전부터 하나씩 완성하여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있는 낭송시들을 감상하면서
집사람이 아주 만족해하고 표정도 달라졌습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는 활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편 정도씩 업로드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거,
마눌님 왈!
“마이크도 최고품으로 구입해버리세요”
“필요한 기기 없어요? 머든지 좋은 것으로 무조건 사세요!”
“당신이 음악과 오디오 좋아하길 참 잘했어요. 애궁! 울신랑~~ 쭈우~욱! 기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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